1985년 여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의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가 개봉했을 때, 극장가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주황색 패딩 조끼를 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전설적인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을 운전하던 열혈 고교생 '마티 맥플라이'. 그 마티 맥플라이를 연기한 캐나다 출신의 배우 마이클 J. 폭스(Michael J. Fox)는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모든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낮에는 인기 시트콤 《패밀리 타이즈(Family Ties)》를 촬영하고,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백 투 더 퓨처》를 촬영하는 살인적인 24시간 철야 스케줄을 소화했습니다. 수면 부족으로 핏발 선 눈을 감추면서도 카메라만 돌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의 매력에 힘입어, 《백 투 더 퓨처》 3부작은 전 세계 9억 7,000만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를 벌어들이며 1980년대 팝 컬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휩쓸며 당대 가장 사랑받는 톱스타로 군림하던 그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할리우드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젖히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그 찬란한 청춘의 이면에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1991년, 플로리다에서 영화 《독 할리우드(Doc Hollywood)》를 촬영하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마이클 J. 폭스는 자신의 왼쪽 새끼손가락이 제멋대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전날 밤의 과음이나 단순한 근육 경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떨림은 멈추지 않았고 손목 전체로 번져갔습니다.
맨해튼의 최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간 서른 살의 청년 스타에게 의사는 청천벽력 같은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초기 파킨슨병(Young-onset Parkinson's disease)입니다. 앞으로 정상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0년입니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며 온몸이 굳고 떨리는 불치병이었습니다.
그는 절망의 심연으로 떨어졌습니다. 대중과 언론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커리어가 즉각 끝장날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그는 알코올에 빠져 고통을 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트레이시 폴런(Tracy Pollan)의 눈물어린 헌신 속에서 그는 술을 끊고 결심했습니다. "내 병이 나를 지배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그는 1998년까지 무려 7년 동안 전신 떨림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고 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대히트 시트콤 《스핀 시티(Spin City)》를 촬영하는 기적 같은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마침내 1998년 피플(People) 지를 통해 투병 사실을 세상에 공개한 마이클 J. 폭스는, 숨어 지내는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가장 최전선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1999년 9월 28일, 그는 미국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 증언대에 섰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이날 일부러 파킨슨병 억제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증언석에 앉았습니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머리와 어깨, 양팔은 걷잡을 수 없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의원들과 방청객들은 충격과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폭스는 흐트러짐 없는 단단한 눈빛과 목소리로 증언했습니다. "이것이 수십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이 매일 겪는 실제 현실입니다. 정치가 과학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연구 기금을 지원해 주십시오."
이 역사적인 청문회는 미국의 의료 정책 지형을 송두리째 뒤바꾸었습니다. 미국 의회는 즉각 파킨슨병 및 줄기세포 연구 예산을 수천억 원 규모로 대폭 증액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마이클 J. 폭스 파킨슨병 연구 재단(MJFF)'을 직접 설립했습니다.
MJFF 재단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민간 및 국공립 연구소를 통틀어 가장 거대하고 효율적인 뇌질환 연구 펀드로 성장했습니다. 폭스가 직접 발로 뛰며 모금한 누적 연구 기금은 무려 20억 달러(한화 약 2조 7,000억 원)를 돌파했습니다. 특히 재단은 기부금의 88% 이상을 관료주의 없이 전 세계 과학자들의 실험실로 직접 꽂아 넣는 혁신적인 운영으로 자선업계의 신화를 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4월, 인류 의학사에 영원히 기록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MJFF의 대규모 연구 지원(PPMI)을 받은 국제 연구팀이 뇌 척수액에서 비정상적인 알파 시뉴클레인 단백질을 증상 발현 수년 전에 88%의 정확도로 포착해내는 '파킨슨병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Alpha-synuclein SAA)' 기술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발견해 낸 것입니다. 이는 암의 혈액 진단만큼이나 혁명적인 사건으로, 파킨슨병을 발병 전에 막아낼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결정적인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2024년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그는 휠체어에 의지해 무대에 올랐으나, 수상작 발표를 앞두고 자신의 두 다리로 떨리는 몸을 일으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토퍼 놀란 등 객석에 있던 할리우드 거장들과 전 세계 영화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5분이 넘도록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드로리안을 타고 시간을 건너뛰었던 소년 마티 맥플라이는, 스크린 밖에서 수천만 명의 난치병 환자들에게 미래라는 진짜 희망을 선물한 인류의 영원한 영웅입니다.
기사를 읽은 후 바로 감상할 수 있는 대표 필모그래피와 국가별 실시간 OTT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