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패션모델로 데뷔한 뒤 영화 '바람아 구름아', '길소뜸',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 명감독 임권택의 페르소나로 활약한 한지일은 서구적인 뚜렷한 이목구비와 지적인 이미지로 70~80년대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였습니다. 대종상 신인남우상과 조연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배우에 이어 영화 제작자로 변신한 그는 90년대 비디오 영화 붐을 타고 300편이 넘는 작품을 제작하며 300억 원대의 막대한 부동산과 자산을 일궜습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IMF)의 직격탄을 맞으며 연쇄 부도를 맞았고, 이혼과 함께 모든 재산을 잃었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10여 년간 마트 점원, 주유소 주유원, 식당 웨이터 등 27가지 험한 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재물도 인기도 한순간의 신기루였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베풀었던 따뜻한 온기만은 끝까지 제 곁에 남아 저를 살게 합니다.”
MBN '특종세상' 660회에서 공개된 한지일의 현재는 안타까움과 묵직한 감동을 동시에 전했습니다. 노년의 파킨슨병 증세와 허리 통증을 앓으며 홀로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자다가 홀로 떠날까 두렵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는 50년 전 톱스타 시절부터 시작한 양로원과 보육원 봉사활동을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몇 장뿐이어도 폐지를 줍는 어르신에게 건네는 그의 뒷모습은 진정한 어른의 품격을 보여줍니다.